감찰일보 이지선 기자 |
<독자투고> 김차웅
부산엔 웨스트마크, 벡스코 등 외국어로 된 명칭이 더러 있다. 그런가하면 기장지역에서는 오시리아가 느닷없이 생색이라도 내려는 듯 선을 뵈고 있어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끄달리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오시리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왜일까? 오시리아는 <햄릿>의 등장인물인 오필리아와 같이 외국어가 아닌 합성어로서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성격이 독특한 것 같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오시리아는 동부산관광단지가 들어선 이후 언제부터인가 생긴 이름이며 동해선 경전철의 역명도 그렇게 하여 지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러한 명칭이 관광단지로서의 정서와 부합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선지 얼마 전만해도 부산의 한 유력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이름이란 무릇 그 대상의 가치와 역사 그리고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오시리아의 경우, 중동의 시리아를 연상시키고 발음이 어쩐지 일본어 같음에 따라 공공의 명칭을 합성하는 등 외국어로 조합한다는 것을 두고 언어생활에서 반드시 걷어내야 할 과제’라며 일침을 가하듯 거침없이 꼬집어댔다. 이렇듯 오시리아가 쓰잘머리 없는 조합어에 불과한 것이고 보면 이의 지적이 나름대로 공감되는 대목이다.
나의 경우지만 오시리아라는 역의 명칭 등에 대하여는 맨 첨, 경전철안의 어떤 승객으로부터 전해 듣고 알았다. 오시리아란 글자그대로 오와 시 그리고 리아로 조합된 단어로서 얼핏 그럴듯한 것 같지만 사람들의 관심만 끌뿐, 속을 들여다보면 적합도가 떨어져 명칭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내가 2018.4.24 지방의 일간지(기사 : 독자의 눈)를 통해 오시리아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오시리아관광단지는 해운대구 송정동과 인접해 있는 기장군 기장읍 당사리堂社里 및 시랑리侍郞里의 일원에 위치한 새로운 부산의 명소이기도 하다. 관광단지의 중심인 오시리아역은 행정구역상 당사리에 속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이 역의 지명을 두고도 도대체 오시리아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역명을 볼 때마다 느껴보지만 왠지 어리둥절하고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짐을 지울 수가 없다. 역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들여다본다. 역명에 대한 관심은 이외로 커 승객들이 오시리아란 안내방송을 듣기만 하면 오시리아가 뭔지를 들먹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개중엔 뜻을 알기위해 역무실을 직접 다녀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한다.
오시리아란 역명은 오시리아의 역내에 게시된 안내문에 쓰여 있다.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관심부터가 나의 맘을 조이게 한다. 이에 의하면 “부산도시공사가 조성중인 동부산관광단지의 교통편의성 증대를 위하여 동해선 신설 구간에 새로 지어진 역으로서 테마파크개발과 더불어 동부산관광단지의 통합브랜드명으로 오시리아를 채택하였다. 오시리아 뜻의 유래는 관광단지내 절경을 자랑하는 오랑대 그리고 용녀와 미랑스님의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시랑대에서 머리글자를 따와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 이아(~ia)를 합성한 단어이다. 또한 중의적 의미로 부산으로 오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고 하는 등 솜씨를 보이려는 듯 설명이 장황하다.
그렇지만 과연 사실에 맞기나한 걸까? 관광단지내의 오시리아테마파크가 말해주듯 오시리아를 알려면 먼저 오랑대와 시랑대의 배경부터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장의 향토지인 <구기장군향토지(1992. 재부구기장군향인회)>에 의하면 ‘오랑대의 유래와 전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시랑대’편에서 “1733년 권적이 기장현감으로 좌천돼 이곳 경치를 보고 자기벼슬인 시랑을 따 시랑대란 세 글자를 바위에 새긴 뒤부터 북쪽은 원앙대鴛鴦臺(지금의 해광사 일대), 남쪽은 시랑대라 구분하였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오랑대가 바로 원앙대이다. 올랑대이기도 한 오랑대는 시랑대의 원명인 원앙대에서 지역사람들에 의해 변음 돼 그렇게 부른다.
규장각에 소장된 <1872 군현지도(기장지도)>인 '경상남도 기장군 여지도'란 고지도를 보면 시랑대와 죽도(기장읍 연화리 신암마을 소재) 사이에 오랑대의 본디 말인 원앙대가 뚜렷이 표기돼있다. 주요 문헌인 <영남읍지(1895)>의 [형승] 편에 의하면 "원앙대는 기장현에서 남쪽으로 10리, 시랑대는 현의 남쪽 15리에 있다."라고 하였다. 문헌대로라면 오랑대가 아닌 원앙대여야 맞다. 문헌은 법으로 치면 헌법에 해당돼 이를 지켜야함은 상식이다. 그러니까 기장의 향토가사인 <차성가(1860)>의 주석에서 보듯 "원앙대는 연화리 서암마을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곳(속칭 오랑대의 위치)에 있다."라고 함으로써 문헌상의 지명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근자에 이르러 한국철도공사가 제작한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도’를 보면 문헌에도 없는 오랑대를 임의로 삽입하는가하면 일부 간행물엔 한문으로 五郞臺라 표기하고 유배 온 사람을 찾아온 다섯 친구가 술에 취해 절경을 즐겼다는 데서 유래한다며 이를 내세움으로써 전래되던 원앙대의 유래이자 상징인 금실 좋은 원앙의 고유한 이미지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이의 뜻이 되레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오랑대는 기장8경에 속하지도 않으며 문헌상 삼성대, 태정대, 적선대, 용두대, 황학대 등과 같이 기장의 대명臺名에도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랑대와 오랑대는 다 같이 원명이 원앙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세월이 흐르면서 해광사 주변을 몇몇 사람들이 오랑대라 하나 이의 원명은 원앙대임에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철도관계자의 말을 빌면 오시리아의 영문은 osiria, 중국어로는 奧西利亞(오서리아)로 표기하며 한글로는 오시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한다. 여기서 보듯 오랑대는 원음이 변용됐을 뿐, 문헌엔 원앙대여서 오시리아의 머리글자가 될 수 없다. 리아 역시 설명문엔 이아라고 했지만 원어는 리아여서 이아와는 별개이고 보면 오시리아란 명칭은 부적절하므로 관광단지의 이름은 처음과 같이 ‘동부산’으로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고 역명은 행정상의 지명을 따 ‘당사’라 해야 옳다.
오시리아역이 있는 당사리는 역사적으로 어떤 지역일까? 당사란 수호신을 모신 당집을 말하며 마을이름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렇듯 당사리는 유서가 깊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역명을 억지춘향식의 오시리아란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신성한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동해선경전철의 역명을 보면 특징 있는 교대, 센텀, 벡스코를 제외하곤 거개가 전래되고 있는 지명들이다. 지명은 그 지역의 전통성이며 얼굴인데도 지명대신 외국어와 합성어 등으로 도배하는 것은 논쟁거리의 빌미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기장읍 내리內里에 있는 삼정그린코아 아파트의 경우, 등기부상 동부산관광단지로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단지의 이름을 주민의 동의없이 은근 슬쩍 바꾸다니. 이러고도 민원을 비켜갈 수가 있을까? 명칭을 정할 땐 신중해야한다. 오랑대는 원앙대라는 지명에서 변천된 것이 아니어서 내세울 대상이 아니며 더욱이 문헌에도 나오지 않아 오시리아의 브랜드로서는 적합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조합어를 주장할 이유가 없다.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지만 어떤 사람은 오랑대의 유래가 있기 때문에 오랑대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헌에도 없는 오랑대를 들먹임으로써 전래되던 원앙대란 고유의 명칭과 이의 유래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고 그것도 모자라 근간에 이르러 오랑대가 마치 독자적인 지명인양 이의 유래까지 소설을 쓰듯 함은 엄연한 역사를 그르치는 일이 아니겠는가? 조합된 오시리아를 부각시킴으로써 원앙대가 수면 아래로 묻히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 이를 알고도 그냥 지나치자니 방관자란 소릴 들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만시지탄이지만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지역에 몸담은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란 생각에서 이 문제를 되짚어본다.
* 수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전)